회고 2

퇴사 회고

들어가며 여섯 번째 회사의 퇴사를 앞두고 있다. 삼 월에 복직한 뒤로 나름대로 대책을 고민하고 준비했었다. 나중에 마음이 흔들릴 때 다잡기 위해 그 과정을 여기에 적는다. 나는 왜 개발자를 나는 왜 개발자를 하려고 했을까? 무엇을 바랐던 걸까? 이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현대 사회에서 개발자는, 십육 세기 유럽에서 대포 기술자가 누린 것과 유사한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 반면에 출판 편집자는, 십구 세기 인도에서 면직물 기술자가 처한 것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 같다. 값싼 물건이 내 기술의 결과물을 대체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목격하는 처지. 이 기술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리라는 예감. 그 밖에 부수적인 원인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비전공자인 친구..

회고 2023.06.23

편집자 회고

들어가며 나는 2023년에 10년차가 된 인문사회 분야 단행본 편집자다. 이직을 다섯 번 했다. 지금은 직업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문득 내가 어떤 편집자였는지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한 일을 적고,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밝혔다. 한 일 신입 시기 - 교정자 (2012. 3. ~ 2015. 3.) 첫 회사에서는 교정교열을 외주로 내보내지 않고 편집자가 직접 했다. 그래서 원고를 읽고 다듬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1년차에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라는 책을 담당했다. 제목은 마이클 샌델의 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현대 정치철학 입문서인 책이다. 윤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컷 경험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국내서와 외서를 비슷하게 맡았다. 외서로 역사가 카를로 M..

회고 2023.06.15